건강을 지켜주는 나무들

♣♤ 다 산 방 ‥‥‥‥‥♤

사랑의 털모자로 만든 "수원화성"

문주님 2008. 9. 8. 16:17

 

 

                                                                                                                  천마산 보광사의 겨울 

 

사랑의 털모자로 만든 화성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은 우리나라에 있는 그 어떤 문화유산보다 민본주의 정신에 입각해서 만든 성곽이다. 역사적으로 성곽을 쌓을 때 아무리 안전에 신경을 쓴다 하더라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화성 축성과정에서도 역시 부상자가 발생하였고 그 치료는 화성유수부에서 맡았다. 축성 중에 다친 환자들을 팔달산 서쪽 임시 병원에 입원시키고 일당의 50%를 준 것이 《화성성역의궤》에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요즘으로 치면 산업재해 환자들을 국영병원에 입원시키고 치료뿐만 아니라 노동에 대한 보상까지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니 산재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요즘의 쓰디쓴 세상보다 훨씬 나은 모습일 수 있다.


급료 지불, 부상자 치료, 영양제 지급 등 일꾼에 대한 배려


정조는 성을 쌓다 다친 막일꾼부터 기술자에 이르기까지 화성 축성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정당한 급료를 주었다. 더불어 거중기, 녹로, 유형거 등 과학기기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10년 계획한 화성을 3년도 채 되지 않아 완성하게 되었다.


이처럼 화성 축성 과정에서 모든 기술자와 일꾼들에게 임금을 지불한 것은 너무 잘 알려져 있는 일이지만 정조가 깊은 애민정신을 보여주며 기술자와 일꾼들에게 한겨울에 털모자를 선물한 일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정조는 무더위를 견디기 위해 ‘척서단(滌署丹)’이라는 약을 지급하였고, 노동에 힘들어하는 관련자 모두에게 제중단(濟衆丹)이라고 하는 영양제를 하사하였다. 축성 기술자 및 인부들에게 이와같은 애정을 보여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일은 바로 털모자를 하사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정조가 화성 축성에 참여한 백성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처럼 무더운 8월에 털모자의 고마움을 느끼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한겨울 털모자를 통해 머리와 귀를 동장군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은 누구나 경험해 본 일일 것이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그까짓 털모자를 하사한 것이 뭐 그리 대수라고 정조의 특별한 민본주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하지만 실상을 알고 나면 정조의 털모자 하사는 참으로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조선시대에는 한 겨울에 정3품 당상관 이상만이 귀마개를 할 수 있었다. 토끼털로 만든 귀마개는 정3품까지 올라간 나이 많은 관료들의 건강을 지켜주었던 귀한 물건이었다. 더불어 털로 만든 모자 역시 이들만이 쓸 수 있는 물건이었다. 지금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조선시대는 모자를 아무나 쓸 수 없었다. 물론 유득공의 문집에 나타난 것처럼 정3품 당상관 아래에 있는 일부 관료들이 건방지게 귀마개를 한다고 개탄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일반 평민들은 절대로 쓸 수 없는 것이 바로 털모자였다.


평민이 얻기 힘든 털모자, 임금의 마음을 전하다


지리산과 설악산 등에서 호랑이를 잡는 포수들이 호랑이 가죽으로 털모자를 만들어 쓰는 것이 일부 있기야 하겠지만 그것은 아주 특수한 사례일 것이다. 이처럼 감히 평민들은 만져보지도 못할 털모자를 겨울에 성곽을 쌓는 기술자와 인부들에게 나누어준 것은 감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만큼 정조가 화성에 대한 애정과 축성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당시 화성유수 조심태는 정조의 털모자 하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장계를 올렸다. “공장·조역배(助役輩)들은 모두가 말하기를, ‘추위를 당하여 힘들여 일을 하고도 다행히 질병을 면하게 되는 것은 이번 임금님의 따뜻한 효유가 하늘로부터 거듭 일러 친절히 가르치시고 지성스러우신 때문이다. 의복 1벌, 모자 하나가 추위를 전혀 걱정 없게 한다’ 하였습니다.” 얼마나 따스한 국왕의 마음인가!


결국 화성은 정조의 따스한 마음과 정조의 마음을 이해한 백성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세계 최고의 걸작으로 탄생된 것이다. 작은 털모자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로 인해 세계인 모두가 인정하는 화성이 우리 곁에 있게 된 것이다.(김 준 혁:수원시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