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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산 방 ‥‥‥‥‥♤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문주님 2006. 4. 26. 10:58

 

 

다산(茶山)과 문산(文山)-2

 

주자학의 이론 체계에서 사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문산과, 주자학의 사유체계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다산의 학문논쟁은 처음부터 일치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치 남인과 노론이 견해를 같이 할 수 없었던 것처럼 합해지지 못할 철로와 같은 관계였습니다. 그러나 그 합해지지 못하던 사유체계나 당파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이룩된 그들의 우정은 정말로 깊고 또 아름다웠습니다. 사유의 틀이야 다르지만 감성의 세계는 너무나 가까워 그들의 아름다운 우정은 지금까지도 멋진 반향으로 오늘 우리의 가슴에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다산의 글이나 문산의 글을 모은 문집에는 그들이 얼마나 많은 시를 주고받았는지 금방 알 수 있으며, 그들이 토론한 학문논쟁도 얼마나 치열했는가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문장 집안의 딸 문장 집으로 시집가
        10여년 헤어짐에 숨긴 한 길었으리.
        여섯 폭 비단 치마의 적벽부
        먹물의 흔적 아직도 옛 향기 뿌리네.
        칠순을 해로하며 책상과 밥상 함께 했으니
        훌륭한 아들 손자들 늦복으로 둘렀네.
        옛 벗들 슬퍼함이야 오래 사귄 정이로니
        한 봉지 향초를 누굴 위해 가져올꼬.
        文章家女適文章  十載相分暗恨長
        六幅羅裙赤壁賦  墨痕猶帶舊時香
        七旬偕老御琴床  蘭子桐孫繞晩芳

        舊客凄然因世誼  一封香草爲誰將

                  -----<輓丁承旨夫人洪氏>

가까웠던 학문적 벗 다산의 부인 홍씨의 죽음에 부친 문산의 만시입니다. 여섯 폭 비단의 이야기도 애절하고, 남의 아내의 죽음에 슬퍼하는 이유가 다름 아닌 세의(世誼), 즉 평소에 가깝게 지냈던 남편과의 정 때문이라는 선비다운 표현도 멋집니다.

다산의 문집에 실려있는 「문산이여홍회갑지시(文山李汝弘回甲之詩)」라는 다산의 시는 문산이 회갑을 맞은 1832년 지은 시인데, 육예(六藝)를 깊이 연구하여 심오한 이치를 밝히지 않은 것이 없다(鑽 六藝 靡奧不燭)라는 높은 학문의 경지를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다산의 일생에 어는 것 하나 우리가 감동받지 않을 대목이 많지 않지만, 당파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문산과의 우정은 우리 후인들이 배워야 할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 아닐까?

다산연구소